관용은 자기와 다른 것, 자기에게 없는 것에 대한 애정입니다. (신영복)
- [이스탄불]은 내게 거리감과 무지의 대상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이 멀게, 헷갈리게 느껴진 원인은 우리 의식 속에 각인된 유럽 문화에 대한 종속 의식과 중국 문화에 대한 종속 의식 때문이다. 특정 문화를 이해할 때, 이 두 종속 의식이 이중의 벽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동양을 이해할 때 중국을 기준으로, 서양을 이해할 때 유럽을 기준으로 이해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문화의 본질에 다가서려면 반드시 두 개의 벽을 넘지 않으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쉬운 예로 가까운 과거에 외국인들은 한국이라고 하면 중국의 속국 정도로 생각하여 중국하고 비슷하겠지 뭐~ 이런 태도로 접근했다.) 결국 동서양의 문화를 함께 간직한 [이스탄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장벽]을 넘어야만 하며 그 장벽을 넘지 못하면 [이스탄불]은 멀고 애매한 도시가 되고 마는 것이다.
-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은 로마 문명을 옮겨 놓은 것으로 다른 유럽의 유적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의 벽]을 넘지 못한 시선을 [가진 자]들은 유럽의 다른 유적을 더 예찬하게 마련이다. 이는 부당한 편견이기에 놀랍다. 이에 반해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마호메트 2세]의 오스만 튀르크는 관대했다. 그는 성을 함락하고는 말을 달려가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성소라면서 [소피아 성당]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35년 그때까지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던 성당의 벽면을 벗겨보니 수많은 성화들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채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들의 타 문화에 대한 [관대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그리하여 터키는 다양한 문화를 계승한 나라로 스스로 자부하며 [모자이크]의 나라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 우리는 다른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애정]은 [관용과 화해]로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이해]도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이 달려 왔기에 그러지 못했다. [소피아 성당] 앞에 있는 이슬람 사원 [블루 모스크]를 보라. 그 공간의 현란한 빛은 [과거와 현재, 동과 서의 거대한 합창]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 의식 속에 얼마나 많은 [장벽(의식의 종속, 편견)]을 쌓아 놓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서양하면 그리스와 로마로부터 이어져 온 백인의 유럽 문화를 떠올리고 동양 하면 중국을 떠올려 왔다. 세계에는 수없이 많은 나라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음에도 더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 중심 문화를 기준으로 하여 그들을 구분하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나친 편견이며 특정 문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제약이 된다. 이러한 [벽]을 넘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관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우리는 ‘튀르키예’를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로 본다. 기독교의 소피아 성당과 이슬람교의 블루 모스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 이를 잘 대변한다. 이 공간에서 작가는 우리를 편견에 몰아넣고 대립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이중의 장벽]을 확인하고 그것을 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그러한 반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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