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분가 (조위)
- 하늘의 궁전(천상 [백옥경]) 열두 개의 누각(십이 루)은 어디에 있는가?
오색구름 가득하여(깊은 곳에) 신선의 궁궐([자청전])이 가려져 있으니
하늘(천문) 구만리 (떨어진 곳) [꿈에라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모르겠다.)
차라리 죽어서 억만번 (무엇인가로 다시 태어나) [변화]하여
남산에 늦은봄 [두견새(자규)] 넋이 되어
배꽃(이화) 가지 위에 밤낮으로 울지 못한다면
삼청동 안에 저문 하늘의 [구름]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 [옥황의 궁전(자미궁)]에 날아올라
옥황의 향 피운 책상 앞(향안전) 가까이(지척에) 나가 앉아
[흉중에 쌓인 말씀] 실컷 아뢰리라.
유배 가사의 경우 그리움의 대상인 임금을 하늘의 황제 ‘옥황’으로 설정하고 임금이 사는 공간 궁궐을 ‘백옥경, 자미궁’ 등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 잡았다. 이 가사가 그 효시일 수도 있다. 작자는 억울하게 유배 가게 된 안타까운 심정을 선왕에게 전하고 싶어 말을 꺼내기 위해 밑자락을 깔고 있는 중이다. - 아, 이 내 몸이 세상에(천지간에) 늦게 (태어)나니
황하물 맑은데 (나는) 초나라 시인 [굴원(초객)]의 환생(후신)인가
상심도 한이 없고, (혹 나는) 한나라 시인 [가의(가태부)]의 환생(후신)인가
한숨은 웬일인가? 형강은 (나의) 고향이라
십년 동안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니(유락하니) 흰 [갈매기(백구)]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고 하였더니 아양떠는 듯(어르는 듯) 사랑하는 듯(괴는 듯)
남들과 달리 (나는) 임(백구)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중국 지명, 적송자 득도한 곳)에서 꿈조차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 중국의 역사적 인물인 시인들과 자신을 연결하여 자신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유배지에 있으면서 친구로 삼은 것은 갈매기였고 그 갈매기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마지막 부분의 임은 앞 내용과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면 ‘백구’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나. 뒤의 구절과 연결하여 ‘임금’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 오색의 실이 이어진 것이 짧아 [임의 옷]을 만들지 못해도
바다와 같은 [임의 은혜]를 조금이나마(추호도) [갚을 것이다.]
(이처럼) 백옥같은 이내 마음을 임을 위하여 지키고 있었는데
한양(장안)에 어젯밤 [무서리 마구 내려](무오사화를 빗댄 말)
저물녘 대나무에 기대서 있는데(일모수죽) 푸른 옷소매(취수)도 차갑구나
[난초(유란)]을 꺾어 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거널 수 없는 강(약수)]가 가려진 데다가 [구름]이 가득하구나(험하구나)
실이 부족한 것처럼 인연이 이어지지 않아 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임을 위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험한 일(사림들이 제거되는 사화)이 벌어지고 이제 임을 바라봐도 강이 막고 구름이 막은 듯이 가까이 갈 수가 없다. 임을 위한 마음이 있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 초나라 종의 처럼 남관 쓰고 [옥에 갇히는 것](초수 남관)이 예나 지금이나(고금에) 한둘이며
북송의 황상처럼 늙은 [고위직 신하](배발 황상)는 [슬픈 일]도 많기도 많은 것이다.
하늘과 땅(건곤)이 병이 들어 혼돈(태고의 상태?)이 죽은 후에
하늘이 침울할 듯하며 감옥살이(관객성)가 비치는 듯하다.
유배지에서도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고정 의국)에 [원망과 울분만] 쌓였으니
차라리 한 쪽 눈이 먼 말처럼 [눈을 감고 살고 싶다.]
멀고 아득하고 막막하여(창창 막막) 믿을 수 없는 운명이로다.
이러나저러나 하늘을 원망해야 할까?
[큰 도적]은 [성하게 놀고] [백이(지조 절개 지키는 자)]도 [굶어 죽으니]
(중국 도적이 살았다는) 동릉이 높은 것인가 (백이가 굶어 죽은) 수양산이 낮은 것인가
장자(남화) 삼십 편(의 글)에 의견(의론)이 많기도 많구나
부귀와 권세가 한바탕 지나가는 꿈일 뿐임(남가의 지난 꿈)을 생각하면 [싫고 밉다.]
늙은 고위직 신하로 감옥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고 유배지에서도 충성을 다하려 했지만 원망과 울분의 마음이 일어남을 어쩔 수 없다. 차라리 현실의 문제점을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도적놈들은 편안히 놀고 충신들은 죽어나가니 세상에 나가 살던 일은 일장춘몽(한바탕 꿈)이라 생각하면 싫고 밉다. - 고향 [선산의 무덤] 주변의 나무(고국송추)를 [꿈]에 가 만져보고
(꿈에 본) 선산 무덤을 깬 후에 생각하니
(내 몸 안의) 굽이 굽이 서린 [창자]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졌네]
병을 일으키는 나쁜 [구름](장해 음운) 대낮(백주)에 흩어지니
호남의 어느 곳이 [귀신과 불여우(귀역)] 같은 놈들이 모여드는 곳(연못)인지
[도깨비와 사나운 귀신(두억시니)]이 싫을 정도로 많이 젖어 있는 곳에
[백옥(백옥경:임금이 계신 곳)]은 무슨 일로 [쉬파리]의 소굴이 되고
북풍에 (나) [혼자] 서서 끝없이 [우는 뜻]을
하늘 같은 우리 [임]이 전혀 [살피지 않으]시니
목란과 가을 국화(아름다운 여인들)가 향기로운 탓인가?
꿈속에서 고향 선산을 본 화자는 큰 슬픔을 느낀다. 현실은 귀신과 도깨비, 여우 같은 간신배들이 임금이 계신 궁궐을 더럽히고 있는 상황인데 임금은 여자들과의 유희에 취해서 안타까워하는 자신과 같은 신하의 뜻은 받아주지 않고 있다. 연산군 시대였다는 배경을 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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