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빛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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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매개로 한의 정서를 창조적으로 승화한 소설.
판소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서민들은 판소리를 부르고 듣는 과정을 통해 위로를 받고 치유된다.
판소리는 응어리진 정서를 풀어내고 한의 예술적 승화를 이루어낸다.
- <사내가 판소리를 청하자 여자는 북장단을 요구한다>
[여자] : [달래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북통과 장단 막대]를 사내 앞으로 밀어 놓는다. 소리를 듣고 싶으면 장단을 잡아달라는 시늉이다. 이는 [흔히 해 온 일]이지만 [사내의 솜씨]를 [믿는 얼굴]이다.
[사내] : 오히려 뜻밖이라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여자의 눈은 사내를 [강요해 오는 듯]하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북통]을 끌어 [당긴다.]
여자가 사내의 부탁으로 판소리를 하려고 북을 내밀 때 태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여자가 소리를 청하는 사람에게 북장단을 요구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과 이 사내의 솜씨를 믿는 얼굴이라는 부분이다. 여자는 이미 사내가 자신의 오빠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기에 믿는 얼굴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 <여자와 사내는 소리로 밤을 지새우듯 몰입하고 즐겼다.>
[여자] : [판소리] 가락으로 [사내를 휘어잡아] 나갔다. 다양한 판소리의 [슬픔의 장면]들을 주로 끈질기게 이어 나갔다. 목청은 남정네의 소리와 여인네의 소리를 겸비했고 우람함, 기백, 한스러움, 섬뜩한 귀기 등이 녹아 있었다. [지칠 줄 모르는] [목소리]는 [놀라운 것]이었다.
[사내] : [북] 장단 가락이 [예사롭지 않다.] 여인이 새로운 대목을 시작할 때마다 의향을 물으면 좋다고 [즐겁게 화답]한다. 여인의 소리가 시작되면 곧바로 장단의 가락을 잡아 나간다. 마치 장단을 미리 [외우고 있었던] 것처럼 솜씨가 [익숙]했다.
[여자, 사내] : 모두 상대편의 솜씨에 [놀라워하는 빛]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장단과 소리를 몰아간다.
[여자] : 소리로 온갖 변화무쌍한 조화를 이루어 내고, 때로 장단의 사이를 빠져 넘나들거나 때로는 장단을 건너 다니며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즐기게 했다].
[여자, 사내] : 둘의 소리는 [음양 간의 기막힌 희롱]과도 같았으며, 서로 몸은 닿지 않았지만 서로 간에 틈이 없는 [포옹과도 같았다. ]
사내와 여자은 한을 품고 살아온 사람들이고 남매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 함께하는 소리와 장단은 예술을 통한 한 풀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둘은 서로가 오랜 시간 함께 맞춰 온 것처럼 완벽한 호흡으로 소리와 장단을 하며 몰입한다. 그리고 둘은 이미 서로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 서로의 솜씨와 둘의 조화에 놀라워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 <사내는 의붓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얘기를 여자에게 하고 다음날 아침에 떠난다>
여자 : 주인 사내에게 간 밤에 함께 소리를 했던 [사내]가 [오라비]고 말한다.
주인 : [짐작]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간밤 둘의 대화를 [엿들은 것]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사내가 말하던 아이(동생)가 자네(여자)냐고 묻는다.
여자 : 여자도 주인 사내에게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이 오라비는 동생이 계집아이라는 것도 [감추]고 자신이 기억할 수 있을 부분은 일부러 [감추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알고 있다]고 말한다.
간밤 북을 치던 사내도 여자가 자신의 동생임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오빠인 것이 드러날 만한 정보는 감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아침 떠난다. 하지만 여인도 이미 사내가 자신의 오라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둘의 얘기를 간밤 엿들었던 주인 사내에게 전하고 있다. 둘의 이야기는 서로 주고받지 않고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제삼자와의 소통을 통해 뒤늦게 이야기의 전말을 알게 한다. 이는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풀어내는 추리소설적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 <여자는 사내가 간밤에 빼먹은 얘기와 오라비와 헤어진 후의 얘기를 전한다.>
[소리꾼 아비]는 [오누이]를 앞세워 소리로 끼니를 빌고 [유랑 생활]을 했다.
[오누이] [모두]에게 [소리]를 [가르치고자] 했지만 [오라비]는 [거부]하는 바람에 [북장단]을 익히게 했다. 시간이 흘러 오누이의 [솜씨]는 [소문]이 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오라비]는 북채잡이조차 [싫었던지] 아비가 잠든 사이 [도망]해버린다. [아비]는 [딸]년마저 도망할까 두려웠는지 딸의 [눈을 멀게] 한다. [눈이] [멀고 나니] 죽은 눈의 빛이 목청으로 살아났던지 딸의 [소리]는 더 [윤택]해졌다.
덕분에 아비와 딸은 힘들이지 않고 [구걸 유랑]을 계속할 수 있었다.
환갑길에 들어선 [아비]가 [숨을 거두던 날] 몇 개의 [비밀]을 딸에게 [얘기]했다.
ㄱ. 오라비와의 관계, (아비는 오라비의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얘기)
ㄴ. 딸의 눈을 멀게 한 것은 비정한 아비라는 말고 함께 눈물로 사죄.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소리의 빛’은 ‘남도 사람’ 연작에 포함되는 작품들이다.
추리 소설적 기법, 액자식 구성을 형식적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두 기법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사내는 자신의 어미를 죽인 자가 의붓아버지라는 생각에 그에게 원한을 품는다. 언제나 불덩이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가 강요하는 소리를 거부하고 북재비 노릇까지 거부하며 결국 도망한 것 외에 복수는 하지 못한다. 결국 사내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 의붓아버지에 대한 원망, 버리고 떠난 동생에 대한 미안함 등이 한이 되어 남아 그것을 풀어야 했을 것이며 어린 시절 거부했지만 계속되는 소리에 대한 갈증도 풀어야 했을 것이다. 그 한풀이는 누이를 만나 함께 늦은 밤 연주를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자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고 오라비는 자신을 두고 떠났으며 아비는 자신의 눈을 멀게 했다. 혈육의 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버림받은 한은 역시 다시 찾아온 오라비와의 연주를 통해 풀어내게 된다.
이렇듯 이 작품은 인물의 한을 풀어내는 장치로 판소리를 사용한다. 판소리가 원래 민중의 한을 담은 음악 갈래인 것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한의 예술적 승화라는 주제의식도 적절히 풀어낸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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